[거부의 길] (1769) 제25화 부흥시대 79“내일 무슨 일이 있습니까?”
박불출이 풍채 좋은 몸을 흔들면서 요정으로 들어왔다.
“하하. 회장님을 부산에서 다시 뵙게 되는군요.”
박불출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홍콩에 갔다가 부산에 잠시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박 행장님이 부산에 있다고 해서 점심이나 같이 할까 하여 모셨습니다.”
이재영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박불출의 손을 잡았다. 상이 들어오고 술...2020-02-12 08:06:32
[거부의 길] (1768) 제25화 부흥시대 78“회장님”
화폐개혁은 사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현금을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화폐 가치가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으면 금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놓는 것이 좋다.
“글쎄… 옛날 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새 돈을 찍어내는 거야.”
“그럼 옛날 돈을 어떻게 해요?”
“은행에서 전부 바꾸어야 돼.”
“아유, 번거롭겠다.”
“은행에 통장을 만들어서 입금시켜 놓...2020-02-11 07:56:39
[거부의 길] (1767) 제25화 부흥시대 77“회장님, 주무실래요?”
영주는 영화를 본 탓인지 약간 들떠 있었다.
“요즘은 우리 기생들도 춤을 배워요.”
영주가 눈을 흘겼다.
“기생들이?”
“기생들은 블루스를 추고 왈츠를 춰야 돼요. 손님들이 노래하는 기생보다 춤추는 기생을 더 좋아해요.”
요정 풍속도 바뀌어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회장님, 우리 춤춰요.”
“싫어.”
“아잉~!”
영주가 허리를 비틀며 애교를 부렸다.
이재영은 영주에...2020-02-10 07:59:58
[거부의 길] (1766) 제25화 부흥시대 76“우리 댄스홀에 가요”
영화는 흑백 화면이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국과 영국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서양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영화 속 풍경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영화의 감동 때문인지 영주는 이재영의 팔에 바짝 매달려 걸었다. 이재영은 영화의 장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여주인공 아라 퍼슨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소년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한국인...2020-02-07 08:10:25
[거부의 길] (1765) 제25화 부흥시대 75“회장님, 가요”
신문 하단에 영화제목과 그림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은 외국인 여자와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사랑의 崇高함은 黃金보다 重하더라
제목 아래 선전 문구였다.
-퀴리 부인의 美貌! 아라 카슨과 왈러 피존의 명콤비가 그려내는 萬人의 心琴을 울리고야 말 人情悲劇!
이재영은 영화를 본 일이 거의 없었다. 영주의 말에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회장님, ...2020-02-06 08:00:54
[거부의 길] (1764) 제25화 부흥시대 74“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이재영은 천천히 위스키를 마셨다.
“회장님, 서방님이 수원에서 고무신 공장을 하고 있지요? 내년부터 고무신이 많이 필요한데 회장님께서 좀 도와주십시오.”
한 마담이 다른 자리로 가자 박두영이 말했다. 서방님은 아들 정식을 말하는 것이다.
“고무신이 왜 필요해?”
“저도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습니까? 표를 얻으려면 민심을 얻어야 합니다. 민심을 얻으려면 돈봉투를 ...2020-02-05 08:05:36
[거부의 길] (1763) 제25화 부흥시대 73“여기 위스키 두 잔 가져와”
박두영이 다방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회장님이 여기 웬일이십니까?”
박두영은 이재영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회장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박두영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앉게. 자네는 여기 웬일인가?”
이재영은 박두영과 악수를 하고 자리를 권했다.
“핫핫! 저야 대통령 각하께서 부산에 계시니 있는 겁니다. ...2020-02-04 08:10:19
[거부의 길] (1762) 제25화 부흥시대 72“우리 회장님 최고다”
영주는 이재영의 앞에 바짝 다가앉아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재영은 피식 웃었다. 이재영이 홍콩에 간다고 했을 때 선물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이건 영주 선물이야.”
이재영은 가방에서 홍콩에서 사온 시계와 진주목걸이를 꺼내 영주에게 건네주었다. 영주가 선물상자에서 시계와 진주목걸이를 꺼냈다. 모두 고가의 제품들이었다. 시계도 시계지만 목걸이는 진...2020-02-03 08:04:47
[거부의 길] (1761) 제25화 부흥시대 71‘영주가 참 예쁘구나’
개헌과 대통령선거로 부산은 항상 떠들썩했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홍콩의 경제인들은 한국이 조만간 휴전될 것이고 휴전이 되면 부흥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 중에 부흥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조금씩 부족해.’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2020-01-31 08:06:58
[거부의 길] (1760) 제25화 부흥시대 70“여행하느라고 피곤하시죠?”
의선을 모신 곳이어서 사당에서 기도를 하면 병자가 치유되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병을 치유하고 부귀영화를 바라면서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고 있었다.
‘화타와 편작만 뛰어난 의원이 아니라 황대선도 훌륭한 의원이었던 모양이구나.’
이재영은 황대선의 초상을 보면서 감탄했다.
“회장님, 오늘 즐거웠어요.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더 열심히...2020-01-30 08:06:57
[거부의 길] (1759) 제25화 부흥시대 69“술맛이라면 모를까…”
구룡공원을 구경한 뒤에는 점심식사를 했다.
황대선 사원 입구에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장사치들이 다양한 음식을 요리하고 사람들이 음식냄새를 맡고, 구경을 하고, 음식을 사서 먹고는 했다.
“이거 맛있겠다. 우리 이거 먹어요. 이것도 맛있겠다.”
김연자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랐다. 튀김도 있고, 불에 구운 꼬치도 있고, 삶아서 양념을 한 것도 있었다. 이...2020-01-29 07:58:19
[거부의 길] (1758) 제25화 부흥시대 68“그렇게 좋아?
중국 영토인 홍콩이 영국에 100년 동안 조차하여 서구화되어 있었다.
“홍콩이 좋아? 내가 좋아?”
이재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홍콩도 좋고 공원도 좋아요.”
“그럼 나는?”
“회장님은 최고의 애인이에요.”
김연자의 목소리가 간드러졌다. 이재영은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녀의 말이 귓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이재영은 마치 연애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입구...2020-01-28 08:00:46
[거부의 길] (1757) 제25화 부흥시대 67“무겁지 않아?”
김연자의 몸이 매끄러웠다.
“응?”
“회장님도 좋았어요?”
“그럼. 연자와 사랑을 나누는데….”
“회장님, 내일은 우리 둘이 홍콩 구경해요. 밤에는 한국에 돌아가야 하잖아요?”
김연자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구경하고 싶은 곳이 있어?”
이재영이 그녀에게 또다시 키스를 했다. 정사 후에는 몇 번씩 키스를 되풀이했다.
“구룡공원도 있고 황대선도 있어요....2020-01-23 08:04:48
[거부의 길] (1756) 제25화 부흥시대 66“회장님”
왕산은 백화점이나 미곡상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 분야야말로 진정한 사업이고 예술이라고 했다.
이재영은 그와 식사를 하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깨닫는 점이 많았다. 그가 중국 공산당을 피해 홍콩으로 이주한 일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그는 많은 재산을 빼앗기지 않고 홍콩으로 가져온 것이다.
...2020-01-22 08:03:43
[거부의 길] (1755) 제25화 부흥시대 65“건물이 굉장히 높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재영은 이튿날부터 홍콩의 경제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홍콩은 영국이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하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도 자유롭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활기차 보였다.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었...2020-01-21 07:5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