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기자의 판읽기] (3) 위증교사·위증 부부 1·2심 판결

혹 떼러 갔다 혹 붙여온 50대… 순간의 선택이 초래한 부부의 운명

기사입력 : 2021-09-21 08:30:55

  • 한 지상파 방송에서 오래전 방영됐던 '인생극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기억나시나요?(30대 이하 청년들은 아마 모르실 것 같습니다.) '그래 결심했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프로그램이기도 한데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이휘재 분)이 각각의 선택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오프닝곡 '바밤빰빠밤빰~'은 아직도 귀에 익고, 당시 매 순간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나 기다렸던 기억도 쏠쏠하게 납니다.

    도 기자의 세번째 판읽기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선 50대 부부가 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음주운전을 해놓고 술마신 게 걸려 처벌받을까봐 자신의 아내가 운전했다고 속인 남편 A(51)씨가 있었습니다. 아니 글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아내 B(47)씨와 통화도 안 했는데 통화한 것처럼 내역을 조작까지 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수사기관의 눈은 속였고, 법정에서도 A씨는 B씨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시킨 겁니다.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로 입구에서 교통경찰관들이 새벽시간대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로 입구에서 교통경찰관들이 새벽시간대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시작은 남편의 음주운전

    미루어 헤아려보건대 늘 술이 문제입니다. 술을 끊거나, 술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되는데 A씨는 잡고야 말았군요. 그는 지난 2019년 5월 어느날 창원시 성산구의 한 중식당에서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집인 김해시 진영읍까지 15km를 운전해갔습니다. 중간에 음주단속이 있어 걸렸느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식당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때 다른 차를 운전하기 위해 차에 타 있던 한 시민 C씨가 신고한 겁니다.

    C씨는 법정에 증인으로도 섰는데요. 그는 당시 상황을 "차량이 갑작스럽게 후진해 와서 자신의 차량을 충돌할 것 같아서 경적을 울렸는데, 그랬더니 운전자가 앞으로 차를 뺐다가 다시 후진해서 급작스럽게 왔다"며 "그래서 자신이 한 번 더 경적을 울리고 차 문을 열고 내려 A씨 차량 운전석 쪽에 서서 쳐다보니 A씨가 반말과 욕설을 했고 당시 술이 엄청나게 취해 있는 것으로 보여 112에 신고를 했다. 당시 차에는 A씨만 타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고나서 112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A씨 차에 적힌 동호수를 보고 집을 찾아가 음주측정을 요구했죠. 그랬더니 A씨는 "XXX아(심한 욕) 그래 술먹었다, 수갑 채워라"고 하며 경찰관을 3회 폭행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A씨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고,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도 입건됐습니다. 당시 혈중알콜농도는 0.138%.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겁니다.

    ◇"그래, 결심했어!"

    경찰 수사를 받게 된 A씨.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한 선택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운전한 것이 아니라 아내 B씨를 전화로 불러 오게 해 운전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통화내역이 있어야겠죠? A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B씨와 통화한 것처럼 통화내역을 변조해 허위로 만든 통화내역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짓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기에 자세한 위조 방법은 여기에 담지 않겠습니다.

    자, 이제 법원으로 와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행적을 증언해줄 증인으로 B씨가 채택됐는데요. A씨는 "내 전화를 받고 가 술에 취한 나를 조수석에 태운 후 운전했다"는 취지로 증언해 달라고 B씨에게 말합니다. 남편 말을 잘 따랐던 B씨. 증인 선서를 하고 남편이 시킨대로 허위 증언을 합니다. "운전은 제가 했고, 남편은 조수석에 타 있었어요"라고 말이죠.

    사필귀정이라 해야 할까요. A씨 부부가 꿈꾼 '완전범죄'는 재판부에게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사건의 수사 단계에서부터 제1심 재판 때까지 아내 B씨가 운전했고 자신은 운전한 적 없다고 딱 잡아뗐던 A씨.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제출한 통화내역서가 변조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미심쩍게 여긴 재판부가 통신사에 직접 확인해보고 진실은 밝혀진 것이죠. 한 전화기로 같은 시각에 두 곳에 전화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재판부가 직접 확인까지 할 거라는 걸 이들은 몰랐나 봅니다.

    ◇이들의 운명은?

    이들이 입을 맞춘 게 모두 탄로납니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하고 아내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한 A씨보다 남편 말대로 허위 증언한 아내가 먼저 처벌을 받습니다. 그것도 실형으로 말입니다. B씨는 1심에서 위증죄로 징역 4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습니다.

    오호 통재라. A씨, 그때서야 범행을 인정합니다. 자기가 다 시킨 것이라고 실토를 하는 것이죠. A씨는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기존 2개 혐의에 더해 위증교사,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혐의 3개를 더 적용받아 기소됐습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집행유예가 확정됐는데, 위증교사 등 3개 혐의로 A씨도 결국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습니다. 혹 떼려고 아내에게 거짓말 시켰다가 아내도 구속되고, 자신의 죄도 혹처럼 더 달게 되어버린 것이죠.

    그리고 최근 창원지법 제5형사부(김병룡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거짓말을 판별하기 위해 장기간 심리가 이루어졌고 적절한 판단을 그르칠 위험 또한 높아 그 죄질이 좋지 않고 위증교사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또한 높다"면서도 "뒤늦게나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점, 자녀, 직장동료 등이 A씨에 대한 선처를 거듭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아내 B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조아라 김앤파트너스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는 "음주 전과가 있는 분들이 당장의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하고, 변호인들은 '그렇게 하지 마라' 말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A씨의 경우 통화내역을 확보해 이를 조작하는 등 형벌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거짓말 한 것이 실형을 받은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위증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면 위와 같은 증인 선서를 합니다. 형법 152조 위증죄 안에는 증인이 바로 이런 선서를 하고도 고의성을 갖고 사실대로 정확하게 증언하지 않았을 경우 적용되는 죄인데요.

    사법부는 위증을 중한 범죄로 봅니다. 재판에서 증인의 말은 큰 단서가 되기도 하는데, 위증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방해'로 보기 때문입니다. 증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조 변호사도 "형이 좀 '과하다'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위증죄가 가벼운 죄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하게 보는 만큼이나 형량 또한 가볍지 않겠죠?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이번 B씨의 경우도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만 봐도 사법부가 얼마나 중요하게 보시는지 알겠죠?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겠습니까?

    잘못했을 때 진심으로 반성하고 죗값을 달게 받거나, 모면하기 위해 꾀를 쓰거나. 혹 떼려다 혹 붙인 A씨 부부가 주는 인생의 교훈, 정답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참, 음주운전도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