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산중 1조 지원… 야권 “병주고 약주나”

통합당 “탈원전 기조 속 미봉책

기사입력 : 2020-03-29 21:17:26

  • 경영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에 정부가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한데 대해 탈원전 정책으로 원인을 제공하고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자금을 지원하는 소위 ‘병주고 약주는’ 대처라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원전 주(主)기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두산중공업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수주 부진을 경영악화의 주요인으로 꼽는 상황에서 정책 수정 등 근본 대책보다는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식의 긴급 수혈에만 나섰다는 비판이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

    ◇1조원 ‘미봉책’ 우려= 정부는 지난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원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 대출 형식이다. 추가 자금지원 여부는 두산그룹의 책임 있는 자구노력 등을 보면서 검토할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 신탁수익권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올해 안에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할 채무는 총 4조2000억원에 달해 근본처방보다는 단기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시간을 벌었다는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1조원으로 당장에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추가 자구책이 나오지 않으면 단기차입금 해결도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따라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 세계적인 발전시장 침체에서 비롯된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1조원의 자금 지원은 결국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주장= 4·15 총선을 앞두고 중앙당 공약은 물론 경남지역 1호 공약으로 탈원전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한 미래통합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거전략대책회의에서 “흑자를 내던 세계적인 기업,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전생태계를 무너뜨려놓고 또 이로 인해 창원 일대의 경제를 비롯해서 지역경제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라면서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기업이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우선 대출로 막으려고 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대책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정부가 전혀 자신들의 정책이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반성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한울 3·4기를 비롯해서 기존에 건설하려고 했던 원전을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백경훈 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두산중공업의 전례 없는 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3년 간 강행한 탈원전의 결과”라며 “공적자금 1조원 지원은 수술이 필요한 위급환자 만들어 놓고, 빨간약 발라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허성무 창원시장마저 최근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 시장은 두산중공업 대규모 명예퇴직과 관련해 정부에 미래에너지 산업 신속 지원과 에너지 전환정책의 속도조절 등을 촉구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노조에 보낸 휴업 협의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돼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인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와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의 전면 폐지를 꼽는다. 수주 금액만 10조원에 달하는 이들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은 이미 투자된 자금과 유지비 등을 떠안아 수조 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012년에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이 7조7000억원을 웃돈 두산중공업은 지난해에는 매출이 3조원대로 줄었다.

    ◇“경영실패가 원인” 반론도= 반면 정의당 여영국(창원 성산구) 의원은 27일 정부의 두산중공업 1조 긴급지원이 결정되자 논평을 내고 “두산중공업은 경영실패를 오직 탈원전 때문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대량해고와 강제적인 휴업조치로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면서 “두산중공업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정부는 이번 금융지원 조치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막는 방파제가 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두산중공업 명예퇴직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경영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정부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