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원시 서성동 집결지 폐쇄 의지 환영한다

기사입력 : 2019-09-29 20:43:27

  • 김희진 정치부
    김희진 정치부

    2009년 9월이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이 맘때의 일이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 커피숍에서 취재원을 만나기로 했다. 새내기 기자 딱지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새로운 인터뷰이와의 만남은 늘 긴장됐지만 그날은 유독 신경이 곤두섰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첫 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질문하는 내 말투는 괜찮을지…. 이렇게 신경이 쓰였던 것은 그가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취재원은 바로 탈성매매 여성이었다. 16살에 가정불화를 못 이겨 가출했다 성매매집결지에 유입됐고 사람들이 TV나 소설책에서 봤을 법한 일을 직접 겪었다 했다. 죽기살기로 집결지를 도망쳐 나온 그를 업주 앞에 다시 끌어다 놓은 게 경찰이었다는 말에 탄식이 먼저 터졌다. 업주는 선불금을 갚지 않고 도망간 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한 것은 집결지 안 인권유린의 참상, 경찰과 행정의 직무유기, 종사 여성에 대한 지원책 미비였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가 없는 그 얘기 말이다. 그때 기사 보도 후 반향이 생겨 그의 삶에 작은 희망이라도 되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의 용기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기자라는 직업에 회의가 생겨 가슴이 아팠다.

    10년이 흘렀고 기사를 통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10년 전과는 보도의 결과가 다를 거라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꿈쩍도 않던 경찰과 행정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역의 관심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경찰은 유례 없던 대규모 단속을 시행했고 25일엔 창원시와 여성인권지원센터, 지방의원과 전문가 등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창원시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허성무 시장은 지난 26일 시의회 본회의에 나와 ‘법 시행 후 15년이 지나도록 서성동 성매매집결지가 유지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폐쇄·정비 의지를 밝혔다.

    이어 시의회가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고 세미나도 가질 예정이다. 창원시의 의지와 시의회의 감시가 멈추지 않길 기원한다.

    우리가 그곳을 못 본 척했던 이유는 우리가 그곳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바라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고향, 아이에게 살기 좋은 세상, 여성들이 행복한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희진(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