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표 리더십, 최고성적 이끌었다

철학 담긴 ‘전술 노트’ 나눠주고

기사입력 : 2019-06-17 08:23:10

  • 정정용 감독이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정용 감독이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운동장에서 ‘감독님을 위해 뛰어보자’고 할 때도 있어요.” 새 역사를 쓴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고재현(대구)의 말이다.

    지도자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이름값이 아닌 확고한 지도철학과 실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역대 우리나라 최고 성적을 낸 정정용(50) 감독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이유다.

    정 감독은 우리 축구계의 비주류다. 청구중·고-경일대를 거쳐 1992년 실업 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6년 동안 센터백으로 뛴 그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축구 팬은 드물다.

    게다가 정 감독은 1997년 부상이 겹치면서 28세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그는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고,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러고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고향 팀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 그는 현재까지 12년 동안 14세 이하(U-14) 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대구 수석 코치 시절에도 구단의 U-18 팀인 현풍고 감독을 맡는 등 꿈나무 육성과는 인연을 놓지 않았다.

    정 감독은 유·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지도 철학을 가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줬던 ‘전술 노트’는 이러한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선수들이 ‘마법의 노트’라고 할 정도로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세세히 설명해 놓은 이 노트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새 역사를 쓰는 씨앗이 됐다.

    매 경기 다른 전략, 전술을 준비하고 포지션별 역할을 다르게 부여하며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펼치는 데도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정 감독은 ‘자율 속의 규율’을 강조한다.

    선수들에 따르면 정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선수들의 자유 시간을 존중해줬다. 가벼운 숙소 밖 외출은 오히려 권할 정도였다. 또한 선수와 지도자 간에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에게 먼저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수들은 정 감독이 “착한 동네 아저씨 같다”고 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