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 연고를 찾았다. 여기저기 집안을 뒤져보니 연고류 10여개가 나왔다. 그런데 연고 제품 표면을 아무리 살펴봐도 어떤 경우에 발라야 한다는 설명은 단 한줄도 없었다. 단지 쓰여있는 것은 약품의 성분표시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약품 보관통을 뒤져 연고를 살 때 첨부한 설명서를 찾았다. 다행히 효능, 효과, 용법,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명서에 어려운 문구가 너무 많아 짜증이 났다. 일례로 불현성화(不現成化)니 준불연(準不然)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었다. 과연 우리 국민 중 몇 사람이나 이를 이해하겠는가.
소비자가 연고를 설명서와 함께 보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막상 필요할 때 연고를 찾아도 어느 경우에 발라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때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설명서에 있는 효능, 효과, 용법, 주의사항 정도는 연고 제품 자체에 적어두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또한 소비자를 위한 안내문이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알기 쉽게 바꿔야 한다. 성분 표시는 전문가의 관심사이지 소비자와는 전혀 무관하다. 정작 소비자가 알고 싶은 것은 효능, 효과, 용법, 분량, 주의사항 등이다. 아마도 이 같은 모순은 의약품 규정 때문일 것이다. 이 기회에 관계당국과 제약사의 소비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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