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밥이 보약이다’
올 해도 쌀 풍년이라고 한다. 통계청은 올 해 쌀 예상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0.4%(1만7000t) 증가한 425만8000t으로 예측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산을 기준으로 한 신곡수요량(397만t)을 28만8000t 초과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풍년이 그리 달갑지 않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해마다 쌀은 넘쳐나는데 쌀 소비량은 내리막길에서 멈출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쌀 소비량이 1970년 136.4㎏에서 2014년 65.1㎏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제 쌀 문제는 바로 ‘생산’보다는 ‘소비’의 문제인 것이다.
쌀 소비량의 감소는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뀐데 그 원인이 있다. 각종 인스턴트 음식 및 육류 소비의 증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구에서는 한국인이 외면하는 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미국·캐나다·호주·유럽 등 빵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들에서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들 국가에서는 쌀은 물론 냉동밥·건조밥 등 즉석식품과 쌀빵·쌀과자·시리얼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찾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으며, 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아시아 식당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전기밥솥을 구매해 밥을 지으며 주식까지 바꾸는 현지인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 통계 수치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년 2.7㎏에서 2011년 7.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주는 3·3㎏에서 10.8㎏, 영국은 1.2㎏에서 6.9㎏으로 각각 3배,5배씩 늘었다.
이들 국가에서 쌀 소비가 늘고 있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주식인 빵과 육류의 섭취는 비만·고혈압 등 성인병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쌀은 저칼로리·저지방에 영양성분이 풍부한데다 식단의 특성상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쌀을 많이 먹는 미국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식이섬유·철분 등의 섭취량이 많다는 미국영양학회의 연구 결과도 그렇다.
쌀 소비 진작을 위해 외국의 이러한 흐름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 바로 ‘다양한
쌀 가공식품‘과 ’건강에 있어 쌀의 우수성 홍보‘이다.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쌀을 섭취하는 외국처럼 서구식 식생활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입맛을 잡으려면 쌀 가공산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인의 기호에 맞춰 건강과 편의성을 강조한 쌀 가공식품 개발 및 한식상품화를 통해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쌀의 영양학적 우수성에 대한 대내 및 대외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국가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밥이 보약이다’는 말이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 정수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